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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 MB

[이야기] 이명박과 컴퍼니의 힘겨루기...③



클라이막스

만약 컴퍼니가 이명박을 버린다면, 어떤 대안을 선택할 수 있을까? 역시 제일 간단한 선택은 박근혜 카드 일 것이다. 앞으로 별다른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다면, 가장 쉽게 대체할 수 있는 카드이다. 사실 박근혜나 이명박이나 경제대통령의 이미지는 비슷할 수 있다. 박근혜의 후광이 그러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무기는 있다. 그녀의 전공이 전자공학 뭐 어쩌구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렇다면 그녀는 'IT의 여신'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그녀에게는 위기의 한나라당을 살려낸 공적이 있어, '위기 속의 리더쉽'이 장점으로 내비쳐질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정권이 바뀌는 걸 막아야 하는 컴퍼니 입장에서, 박근혜만큼은 든든한 카드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보면 슬금슬금 지역감정을 조장해 가며 분위기를 테스트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청와대에서 말이 새는 것만 봐도, 컴퍼니의 이명박에 대한 경고를 엿볼 수 있을 것 같다. 언제 박근혜가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하는지 지켜보자.

그럼 컴퍼니가 이명박을 끌어내릴 때는 어떤 방법을 쓸까? 지금 상황에서 한나라당을 살리면서 이명박을 끌어내릴 수 있는 방법으로 '탄핵'이 단연 최고인 것 같다. 그렇게 하려면 그에 앞서, 우선 박근혜를 총리에 앉히는 작업부터 선행돼야 할 것이다. 대통령의 탄핵이 국회를 통과되면, 그 순간부터 박근혜가 자연스럽게 정권을 이어받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박근혜가 총리가 된다면 이제부터, 한나라당의 정부 흔들기에 들어갈 것이다. 우선 서민의 구미에 맞으면서 정부의 정책과 반대되는 정책이나 법안을 내 놓으면서 한나라당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려고 할 테고, 그렇게 천사표 탈쓰기를 시도하면서 자연스럽게 정부와 불협화음을 조장할 것이다.

여기까지는 한나라당이 해야 하는 역할이고, 이제부터는 조중동이 나설 차례이다. 이명박의 말꼬리를 잡고, 치부를 들추며 더 떨어질 때도 없어 보이는 '신뢰'에 치명타를 계속 날릴 것이다. 한나라당의 천사표 탈쓰기가 끝나면, 그 즈음 큰 건수 하나를 잡고서 탄핵 어쩌구 하는 말이 슬슬 나오면서 본 공연은 시작된다. 대통령의 실수와 지지율을 보도하며 서민들이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국회에서 작업이 들어간다. 이 때 촛불집회의 시즌 2가 시작 될 수도 있다. 이명박을 감싸던 한나라당은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국민 앞에 선다. 교묘하게 천사표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는 순간인 것이다.

지난 날의 모든 과오를 이명박에게 몰아세우면서 탄핵을 통과시킨다. 서민들은 성취감에 도취되고, 바로 정권을 이어받은 박근혜는 예전 한나라당을 되살렸던 경험을 강조하며 민심을 모아 정부를 믿어달라고 애원한다. 이런 상황에서 애국심을 불사르면, 솔직히 국민 입장에서는 넘어갈 수 밖에 없어 보인다. 그녀의 과거 공적도 있거니와, 그토록 싫어했던 이명박을 '국민의 손으로, 정의의 이름'으로 내 쫓았다는 환상에 젖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정말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감동의 드라마가 펼쳐질 것이다. 지난 번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이 외국 방송을 탈 때는 쪽팔린다고 했는데, 이번 탄핵에 대해서는 국민승리라며 언론에서도 칭찬을 하고 나설 것이다. 언론에서는 마치, 한국의 민주정치가 선진정치가 된 것인 마냥. '이제 남은 것은 경제를 살리는 것'뿐이라며 서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두는 것을 막고, 경제에 한눈을 팔게 만든다.

이제 IMF 때의 '금모으기' 같은 '국민의 고통분담'을 요구할 차례이다. 이미 '승리의 환상'에 도취된 국민은 제정신이 아니다. 이번에도 눈뜨고 정부에게 수탈 당하는 것이다. 그렇게 역사는 되풀이 된다.

북한도 갑자기 평화 분위기로 전환할 것이다. 박근혜의 부드러운 이미지를 활용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다. 이미 김정일과 회동을 했던 경험이 있는지라, 박근혜 정권에 대한 북한의 따뜻한 대응이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다. 대북 관계가 개선되는 것만으로도 주식이며, 실물경제며 좋아질 부분이 많이 있다. 그럼 국민들은 더더욱 박근혜를 신뢰하며 한나라당에 대한 의심도 차츰 수그러들 것이다. (아니면, 박근혜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탄핵 이전에 박근혜의 방북이 이루어지고, 이를 통해 컴퍼니의 작업이 본격화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박근혜가 총리가 되고, 한나라당이 정부를 뒤 흔들 때, 박근혜가 어떻게 대처할지는 두고 볼 대목이다. 총리 입장에서 대놓고 이명박과 각을 세울 수도 없는 입장이고, 더욱이 자신의 안정적인 리더쉽이라는 이미지와 맞지 않게, 정부가 뒤흔들리면 오히려 같이 엮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나라당을 진정시켜 버린다면, 그건 이명박을 보호해주는 꼴이 되니까 말이다. 결국 박근혜의 리더쉽에 치명타를 주지 않으면서 이명박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은 이명박의 개인적인 치부를 들추는 것일 테다. 그런데 솔직히, 대선 때 그렇게 치명적인 것을 쏟아내었어도 꿈쩍 않던 이명박을 보내버릴 치부가 어떤 것이 있을지 나도 모르겠다.



결판

이상득의 파문은 의외로 커지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앞서 추측했듯이 단순히 상대방에게 자신들의 사정거리를 보여준 것이라면 말이다. 이에 반해서 '박근혜의 역할론'은 단순히 파장 수준에서 머물지 않을 것이다.

박근혜의 실력행사를 점쳐볼 수 있는 몇 가지 신호들이 있는 것 같다. 우선 최근 들어 슬슬 지역감정이 퍼지고 있다. 이명박에게는 없지만 박근혜에게 있는 것이 바로 이 '지역기반'이다. 이것만 제대로 활용해도 이명박의 수하 몇쯤 넘어오게 할 수 있는 명분이 있다. '우리가 남이가?' 그렇게 균형을 맞춰가면서 슬슬 물밑작업을 시작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둘째로, 이번 성향보고서의 내용이 그것이다. 앞서 상상해봤듯이, 이명박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한나라당과 이명박과의 선긋기가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이번 성향보고서에 등장한 내용과 국회의원들은 괜찮은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 내용에 등장한 의원들은 이제 천사표 날개를 단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나라당에도 저런 의원이 있었네?' 내가 말한 대로 한나라당의 탈쓰기 작업이 시작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셋째로는 북한의 강경책에 있다. 지금 이런 상황은 박근혜가 멋지게 무대로 복귀할 수 있는 최고의 상황인 것 같다. 물론, 자칫해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의외의 치명타를 맞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북한의 강경한 태도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필요할 것이다. 그것이 이명박의 사주라면, 과거 정권이 그러했듯이 북한의 강경한 태도를 발판으로 힘을 모으려는 아주 단순한 계산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조금 더 차원을 높여보면, 그도 박근혜의 등장을 점쳤을 테다. 이제 그녀에게 기회를 준 뒤, 실패하도록 유도하여, 그 힘을 약하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컴퍼니의 힘이라면, 그건 이명박을 흔들고 박근혜 카드를 뽑으려는 수순으로 볼 수 있다. 어떤 쪽이든 북한입장에서 손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의 건강 악화설이 퍼진 상황에서 이번 기회에 내부의 힘을 모아서 정권인수인계 작업을 마무리 하던지, 최소한 정권누수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손해보는 돈은 언제라도, 어떤 식으로든 누군가에게 받을 수 있을 테지.

솔직히 무엇이 진실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소설을 그럴듯하게 짜맞춰야 하는 내 입장에서는 컴퍼니 쪽의 작업이 더 맞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어쨌든지 간에 박근혜의 역할론이 어느 만큼 등장하느냐에 따라 나의 소설이 수 페이지짜리 쓰레기가 되느냐, 한번 재미있게 지켜볼 만한 상상력이 되느냐가 결정 날 것 같다.



시기

곧 박근혜의 역할론이 수면위로 올라온다면 작업은 이미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이명박을 목조이면서 컴퍼니는 그의 꿈이 실현될 수 있을지 시험 할 것이다. 만약 그의 정책들이 무사히 통과되고 시행된다면, 정권연장의 꿈도 현실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번 국회에서 실패하거나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를 갖고 온다면 다음 내각 개편에서 총리가 바뀔 수도 있을 것 같다. 총리가 바뀐다면 당연히 박근혜가 올라 오겠지. 그렇다 해도 단시일 내에 이명박을 끌어내지는 않을 것이다. 이명박의 눈물겨운 노력 덕분에 그래도 부분이나마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될 것이라고 생각할 테니, 일단 지켜볼 것이다. 그리고 박근혜는 이명박을 쥐고 흔들 수 있는 압박용 카드가 될 것이다. '언제든 너를 끌어내릴 수 있다.'

만약 이번 국회에서 이명박이 실패한다면, 내년 WBC가 열리는 시점으로 관심을 돌려볼 수 있겠다. 당연히 애국심이 불타오를 준비를 하고 있을 테고, 서서히 날도 따뜻해져 촛불집회 시즌 2를 시작하기도 나쁘지 않은 시점이다. 경제 상황은 벌써부터 3월 위기설이 나돌고 있으니,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 같다.





사실 이 이야기는 언젠가 읽었던, 한 블로그가 단초를 제공해주고 있다.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간단히 설명하지면 '이명박의 끝'은 결국 강부자의 손해가 누적되고 조중동이 돌아서면 된다는 것이었다. 논리적이고 좋은 글이었던 것 같은데, 나처럼 글을 길게 쓰는 다른 사람글은 잘 안 읽는지라, 대충 넘겨서 잘은 모르겠다. 어쨌든, 그러한 주장에, 나의 상상력 그리고 내가 보고 들었던 이런저런 사실들을 소재 삼아서 이야기를 구성해본 것이다.

글을 읽은 사람 중에는 이명박이 너무 힘없이 그려지고, 실체를 알 수 없는 컴퍼니가 강하게 그려져서 불만인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실 현실에서는 이명박이 그 컴퍼니의 몸통일 수도 있고, 컴퍼니라는 가정 자체가 무의미한 것일 수도 있으니, 너무 노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디까지나 상상에 불과한 것이니까 말이다. 장기집권을 꿈 꿀 수 있을 정도로 그의 힘이 막강하다는 건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실 아니겠는가.

또 누군가는 박근혜의 존재를 너무 부각했다며, 내가 친 박근혜의 일당이라고 몰아세울지도 모르겠다. 글을 차분히 읽어보면 알겠지만, 어느 누가 잘났고 못났다고 따지려는 글이 아니다. 단지, 주어진 상황을 이렇게 저렇게 꾸며본 글에 지나지 않는다. 박근혜가 총리가 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고, 소설이 언제나 그렇듯 현실과 맞아 떨어질 필요는 없잖아. 그리고 진실을 말하자면, 나는 박근혜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녀의 '원죄' 때문이다. 그녀의 열성팬인 내 친구는 "그게 박근혜의 잘못이냐?"라고 항변하지만, 세상은 원래 불공평한 것이다. 그녀가 누렸던 과거는 그녀가 원했든 그렇지 않았든 평생, 아니 역사에 남도록 짊어지고 가야할 짐이자, 상처이자, 영광인 것이다. 후광을 지니고자 한다면, 뜨거운 눈총도 함께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런 측면에서, 박근혜는 치사해 보인다.



아마 여기까지 한자도 빼지 않고 읽은 사람은 나 밖에 없을 듯하다. 끝까지 읽은 사람이 있다면, 진심을 다해 감사를 표하고 싶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갈지 모르겠지만, 이 글을 쓰게 도움을 주었던 그 블로그의 글처럼, 어느 누군가도 앞날에 펼쳐질 현실을 바라보며 한번쯤 되새겨 볼 수 있는 글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