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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한국 개발자들을 위한 영어 강의 - 5. 동사에 대하여...(5)

출처 : https://www.facebook.com/groups/engfordev/permalink/683059318412563/


3강과 4강을 통해 우리는 동사의 형성과 발전에 대해 논의하면서, 동사란 명사와 생성근원이 같고, '꾸밈-개념'이라는 면에서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으되, 명사는 주로 꾸밈의 발전이 많은 반면에, 동사는 보충어의 발전이 많다는 것을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명사에 대해서는 '명사'편에서 더 살펴보기로 하고, 이번 강의에서는 동사와 보충어의 다양한 쓰임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명사는 확장을 거듭하여 결과적으로 '주부(主部)'를 생성하고, 동사는 확장하여 결국 '술부(述部)'를 생성하므로, 문장은 결국 '주부+술부'의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때문에 동사가 보충어를 취하여 자신의 몸집을 불리는 것은 결국 술부를 완성하려는 의도라고 일단 볼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술부'라는 개념은 사실 고정되어 있는 형식개념이 아니라서, 동사가 술부로 발전하는 과정은 '술부'의 구성요소를 채워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때문에 전통문법에서 제시하는,

1) 동사
2) 동사 보어
3) 동사 목적어
4) 동사 간접목적어 직접목적어
5) 동사 목적어 목적보어

의 5형식은 다양한 술부의 몇 가지 파편에 불과할 뿐, 술부의 전반적 모습을 나타내는 형식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지난 강의에서 LT(Linguistic Tension; 언어적 긴장감)에 대해서 요약적으로 설명했듯이 오히려 술부는 동사라는 핵심의미를 보충하려는 심리적 긴장감을 모멘텀으로 하는 창의적 발현과정입니다. 말이 좀 어렵게 느껴질 수 있으므로 몇 가지 예를 통해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시간에도 제시한 것처럼, 동사

6) eat

의 발화(発話 utterance)는 (주어가 주어졌다고 가정했을 때,) 즉각적으로 '무엇을(what)'에 대한 궁금증을 일으키고, 이러한 궁금증을 우리는 LT라고 정의했습니다. 이런 LT야말로 동사 발전의 원동력(momentum)이고, 이 LT를 해소하기 위해서, 우리는 

7) eat an apple

과 같은 형식으로 동사를 쓰게 되고, 예상가능한 LT가 충족된 상황에서의 이런 동사형태를 우리는 '술부'라고 부를 수 있는 것입니다. 7)과 같은 형태로 발화된 동사(즉, 술부)는 적어도 '무엇을'에 대한 LT를 불러일으키지는 않을 것입니다. 7)과 같은 형태의 술부를 전통문법에서는 3)과 같은 형식으로 묘사하겠지만, 7)은 결코 3)이라는 정적 형식(static form)을 완성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eat이라는 말을 들은 누구라도 느낄 수 있는 what에 대한 LT(이하, what-LT)를 사전에 제거하기 위해 발화된 것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됩니다. 그러니 여러분은 결코 1)~5)를 외워서 그 중 하나를 충족하는 방식으로 영어를 말할 것이 아니라, 일단 '동사'를 말하고, 그 동사가 일으키는 '정당한 LT(즉, 본인을 포함해서 언어 사용자라면 응당 느끼는 LT)'를 해소하는 말들을 채워 나가면 될 것입니다. 정당한 LT를 충족해 나가는 활동에는 불필요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LT는 충족시키지 않는 것도 포함하기 때문에, 

8) eat in the car

라는 형태가 7)과 같은 형태를 띠지 않아, 전통문법상의 3)형식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틀린 문장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전통 문법에서는 eat이 타동사고, 타동사는 반드시 '목적어'인 명사를 요구하므로 8)과 같이 쓰면 안된다고 가르치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미 발화자가 '무엇'을 먹었는지를 상호 알고 있는 경우에는 what-LT가 정당한 LT이거나, 존재하는 LT라고 볼 수 없는 경우에도 굳이 형식 충족을 요구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을 뿐더러, 아무도 그런 식으로 대화하지도 않습니다. 가령,

9) "너 어디서 그거 먹었니?"
10) "차에서 먹었어."

라는 대화에서 10)의 술부를 구성하는 동사 '먹었어'에 목적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서 틀린 문장이라고 보지 않으며, 오히려 목적어를 보충한

11) "차에서 그거 먹었어."

라는 문장이 다소 낭비적으로 보이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 입니다. 

동사에 LT가 생기는 이유는 '정보의 부재'때문이고, '정보의 부재'가 생기는 이유는 의미의 '범주화(categorization)'때문입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만약 '술부' 전체를 하나의 동사로 표현한다고 가정을 해 봅시다. 그러니까 '사과를 먹다'라는 표현을 A라 하고, 

12) I A

라고 하면, '나는 사과를 먹는다'라는 뜻이라고 합시다. 그럼 '배를 먹다'는 표현은 B, '오이를 먹다'는 C, '딸기를 먹다'는 D....이런 식으로 언어를 사용하면, 세상에는 술부 표현이 무한정으로 늘어나게 되고, 한정된 발음자원이나 뇌 자원이 결국은 한계에 부딪히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에, A, B, C, D...등에서 '먹다'라는 개념만 따로 빼서 'eat'이라는 동사로 범주화하고, '사과', '배', '오이', '딸기' 등은 eat의 보충어 개념으로 추가하는 공식을 만들어 놓으면, 훨씬 적은 자원으로 풍부한 표현을 할 수 있습니다. 가령, 술부 10,000개의 표현을 만들어 내는 것보다는 명사 100개, 동사 100개, 합해서 200개 정도의 단어로 동일한 수의 표현을 만들어 내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식의 사고는 명사에 꾸밈이 생기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지난 강의에서도 한 적이 있습니다. 

다만, '사과를 먹다'라는 술부 표현에서 '먹다'를 따로 분리해서 추상화, 즉 범주화를 해 놓으면, 필연적으로 '사과를'이라는 명사표현에 대한 '결핍'이 생기게 되고, 이런 '결핍'이 바로 언어적 긴장(LT)의 기원이 됩니다. 한 여자가 사과를 먹고 있는 장면에서 '한 여자'라는 명사와 '사과'와 '먹다'라는 개념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은 어차피 뇌이기 때문에, 그렇게 동작을 장면에서 분리해 내면서 우리 뇌는 '결핍'을 채우려는 욕구를 함께 발생시키려고 마음을 먹어서 사람의 감정에 같이 실어 보내는 것, 그것이 'LT'라는 작용입니다. 그러니 앞으로 술부표현을 할 때는, 영어의 5형식을 외워서 그것에 맞는 단어를 채워 넣으려고 하지 말고, 동사 표현을 하면서, 그 동사가 불러 일으키는 '결핍'된 정보를 따라가려고 노력을 해 보세요. 자기도 모르는 새 자연스럽게 영어를 말하게 될 것입니다. 즉, 형식을 믿지 말고, LT를 따라가세요. 그게 바로 살아있는 영어 표현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것은 '동작'에서 '동사'를 개념화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뇌 작용이긴 한데, 여기에는 '문화적' 차이가 끼어들 여지가 있다는 것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가령, 

13) 들어가다
14) enter

라는 동사의 경우는 우리말 13) 동사가 결핍 대상을 '장소 부사'로 취하는 반면(즉, where-LT를 갖는 반면), 영어 14)의 동일한 의미 동사는 '명사'를 결핍대상으로, 즉, what-LT를 갖는다고 점입니다. 중요한 건,

15) 내 동생이 방에 들어간다.
16) My brother enters his room.

이 동일한 의미와 장면을 연상케 하지만, 우리말 대중은 그 장면을 '동사(들어간다)'와 '부사(방에)'로 개념화한 반면, 영어 대중은 '동사(enters)'와 '명사(his room)'로 규정지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LT의 형식에 관한 문화적 차이는 LT에 대하여 생각보다 중요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첫째, 

17) LT가 있다는 것은 언어 공통이지만, 그 형식은 언어에 따라 다르다.

는 것입니다. 15)의 '방에'가 부사이고, 16)의 his room은 명사이지만, 그 둘이 반드시 충족을 요하는 중요한 LT임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이에 따라서 우리는 두번째의 중요한 통찰, 즉,

18) LT의 형식은 LT의 본질이 아니다.

는 명제를 얻게 됩니다. 가령, 4)의 형식을 충족시키는 문장

19) I gave my sister his letter.

가 'my sister'와 'his letter'라는 두 명사로 구성되어 있는 것과, 

20) I gave his letter to my sister.

와 같이 'his letter'와 'to my sister'의 '명사', '부사'로 구성되어 있는 것은 본질적으로, 의미적으로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19) 문장에 대한 우리말 해석으로, 

21) 나는 내 동생에게 그가 쓴 편지를 주었다. 

이 옳고, 이것은 20)에 대한 해석으로도 변함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때문에 4)형식에 있어서의 '간접 목적어(my sister)'는 단지 형식이 '명사'라서 '목적어'로 취급되고 있을 뿐, 우리말 관습에 있어서는 형식에 무관하게 그저 '부사(내 동생에게)'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가끔은 이런 형식적인 부분에 대한 직관의 부족이 '우리말-영어' 해석에 있어서 적지 않은 오해를 낳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동사편 마지막 강의로 보충어의 형식성에 관한 약간의 고찰과 더불어 '준동사'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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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직전 강의를 올린 날짜를 보니 12월 14일 쯤이더군요. 오늘이 2월 5일이니까 한달이 훌쩍 더 넘었네요. 작년 연말부터 연초까지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다보니 영어강의는 커녕 페이스북에 들어오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애초 10강을 예정한 가운데, 강의 도중 분명히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고는 예상했었지만, 막상 연재가 지연되니, 혹여나 기다리시는 분이 있을까봐, 또, 강의의 흐름이 끊길까봐 조바심이 나는 세월이었습니다. 오늘도 오랜만에 글을 올리려니 확실히 지난 강의와의 맥락이 조금 끊기는 느낌도 나고...약간의 후유증은 있네요. 여하튼 다시 만나니 반갑습니다. 급한 일은 거진 정리되었으니 앞으로는 간간히 글을 올리려 합니다. 예고도 없이 연재가 지연되어 죄송합니다. 앞으로 더 좋은 강의로 미안함을 대신하겠습니다. 다음에 뵐께요....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