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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한국 개발자들을 위한 영어 강의 - 4. 동사에 대하여...(4)

출처 : https://www.facebook.com/groups/engfordev/permalink/654860487899113/


지난 시간에는 동사의 구성요소 중에 조동사의 역할과 조동사 의미의 확장에 대해 알아 보았습니다. 조동사에 대한 시야를 넓히면 문장 내에서 동사의 범위가 커지고 동사의 범위가 커지면 커질수록 문장의 구조는 극단적으로 단순해진다는 것도 알아 보았습니다. 그러나 조동사와 동사의 의미, 그리고 그것들의 창의적 확장은 비단 동사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고, 발음, 어휘, 통사, 의미, 화용이라는 언어 생성과 활용의 전 범위에 걸쳐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어찌보면 생성과 확장이라는 두 개념이 바로 언어 생성 원리의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나오는 모든 문법적 설명에서도 '생성, 확장'의 두 개념을 잘 적용해 보면, 언어 현상을 단일한 모멘텀으로 설명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부분은 명사의 생성과 확장에서 더 자세하게 다뤄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여러분들이 가지고 있는 동사구조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동사와 동사의 의미를 보완해 주는 보충어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기 전에 잠깐 해야 할 설명이 있는데, 그것은 왜 수식어와 보충어가 생기는가에 관한 의문입니다. 예전에 영어 문장은 명사와 동사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명사는 스냅사진이고, 동사는 동영상이라거나, 혹은 명사는 멤버변수이고, 동사는 멤버함수라고 한 적도 있습니다. 

1) The car moves.

라는 문장은 The car라는 명사와 moves라는 동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클래스적으로 표현하면, 

2) Car.move();

쯤 되겠지요. 그래서 문장 중에서 명사는 개념을 동사는 그 개념의 움직임을 나타낸다고 보면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명사는 어떤 물체를 모사한 개념입니다. 'car'는 달리는 기계를 개념화해서 표현한 것이지요. 그런데 만약 '최초의 자동차'는 각지고 검은 세단이라고 가정했을 때, 우리는 그것을 'A'라는 명사로 부른다고 합시다. 그런데 경쟁회사에서 푸르고 둥근 자동차를 내서 사람들은 그것을 A와 구별된다는 의미에서 'B'라고 부르기로 했다고 칩니다. 그런데 다른 회사에서 각지고 푸른 차를 만들면 'C'라고 하고, 둥글고 검은 차를 만들면 'D'라고 해야 할까요? 만약 이런 식으로 계속 명사를 만들게 되면, 세상은 명사로 넘쳐나게 될 것이고, 언어 구성원들 사이에서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명사에 대한 합의를 해야하고, 어떤 언어의 어휘를 확정 짓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 무제한적인 어휘 확장을 효율적으로 통제하는 의미에서 우리의 뇌는 명사의 의미를 보완해 주는 '형용사'라는 것을 만들게 됩니다. 만약 A, B, C, D의 기능적인 동일성에 대해 'car'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색이나 모양을 나타내는 공통의 개념들은 형용사적으로 표현하게 된다면, A는

3) (the) black solid car

가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개념(명사)과 꾸밈(형용사)를 분리해서 쓰는 표현의 장점은 꾸밈은 꾸밈대로, 개념은 개념대로 다른 꾸밈과 다른 개념들과 결합해서 풍부한 의미를 표현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4) black cat
5) fast car

와 같이 3)을 이룬 구성원들이 다른 요소들과 결합함으로써 3), 4), 5)와 같은 완전히 다른 심상들을 표현해 낼 수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우리의 뇌는 고정적인 명사로만 세상을 묘사하기보다는 그것을 분리하여 꾸밈, 개념의 체계를 만들어 냄으로써 어휘는 줄이고, 표현은 오히려 더 풍부하게 만들어 내는 방식을 선택합니다. 수학적으로 보아도, 명사 100개는 100가지 대상만을 표현하지만, 형용사 50, 명사 50은 같은 100개의 어휘로 2,500개의 개념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명사가 '형용사+명사'로 얻게 되는 이익은 우리가 앞서 살펴본 동사의 구조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동사는 기본적으로 '부사+동사'의 구조에 조동사가 붙어서 생긴 말입니다. 

6) (will) quietly move
7) (should) from time to time move

이건 앞서 설명했듯 명사가 기본적으로 '형용사+명사'에 한정사(Infinitives; 관사, 수사 등)가 붙어서 생긴 것과 정확히 일치하므로, 결국 명사와 동사의 기본적 의미 확장은 쌍둥이나 마찬가지입니다. 

8 ) 명사: (한정사) (형용사) 명사 
9) 동사: (조동사) (부사) 동사

이런 원리로 보았을 때, 1)에서 설명한 문장은 

10) The black round car will quietly move. 

로 확장될 수 있을 것입니다. 1)과 10)은 사용한 단어의 갯수는 차이가 있을 지언정, 결국 '명사'와 '동사'로 구성된 문장이라는 데는 별 차이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The black round car나 will quietly move를 읽거나 들은 사람이 그것을 The car나 moves를 읽거나 들은 것과 마찬가지의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고, 이것은 결국 익숙의 차이고, 익숙은 경험의 결과이며, 외국어 학습자에겐 연습의 결과인 셈이죠. 단어 명사에 익숙한 우리나라 개발자들이 '확장'된 명사도 익숙할 수 있도록 연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시기를 바랍니다. 문장해석은 결국 모래알같은 단어를 뭉쳐서 단일한 개념으로 만드는 작업입니다. 단어의 뜻을 조합해서 전체의 뜻을 '추측'하는 과정이 아니구요.....!!!

그런데 명사는 동사보다 수식에 대한 방법이 더 많이 발달해야 있고(이것은 명사편에서 배우기로 합니다), 동사는 의미 '보충'에 대한 방법이 더 발달해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동사에 의미 보충이 필요한 이유는 동사에 수식어가 필요한 이유와 같습니다. 가령, 친구를 만난 것을 A라고 하고, 엄마를 만난 것을 B라고 하고, 고모를 만난 것을 C라고 하는 등등을 하는 것이 얼마나 비효율적인 것인지를 안다면, 당연히 우리의 뇌가 '만난다'라는 공통의 개념을 따로 개념 짓고, 그 대상들을 '보충어'로 취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그 보충어라는 것도 따로 만들지 않고, 그것을 이미 만들어 놓은 '명사'에서 취해 오는 것도, 뇌가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불필요한 학습을 줄이려고 얼마나 노력하는지를 알 수 있는 현상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11) meet friends 

라는 말을 동사와 명사의 연속체계로 이해하는 것보다는 11)자체로 하나의 동사 개념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고, 이것은 move 앞에 quickly라는 부사를 붙여 하나의 동사 개념으로 파악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전통적인 영어교육에 충실한 사람들은 동사 다음에 어떤 보충어가 나오느냐에 따라 문장의 형식을 나누는 경우가 많지만 이 강의의 시작때 말씀드린 바와 같이 아주 무의미한 시도라고 말씀드릴 수 밖에 없습니다. 일단 보시죠. 여러분의 친구가 말합니다:

12) 나 만났어.

단지 이렇게요. 그럼 여러분의 심정은 어떻습니까? 차분합니까, 아니면 어떤 알 듯 모를 듯한 긴장감으로 서서히 채워져 갑니까? 모르긴 몰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굴?'이라는 질문을 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해지는 것이 정상일 것입니다. 이런 질문에 대한 욕구는 (그 많은 언어적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인류 공통입니다. 이것은 인간의 뇌가 다 거기서 거기라는 말이고, 그런 궁금증으로부터 출발해서 만들어진 언어라는 것도 다 거기서 거기라는 말입니다. 이런 긴장감을 저는 '언어적 긴장(linguistic tension: LT)'이라고 이름을 붙여 보았습니다. 언어 심리학 쪽에서 다룰만한 주제인데, 아직 이런 개념이 실제로 있는지는 확인하지 못해서 작명해 본 것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13) I meet...

이라고 들은 말에서 정당한 linguistic tension을 느끼지 못한다면, 즉, 여러분의 모국어라면 당연히 느껴야 하는 그 LT를 느끼지 못한다면, 여러분에게서 외국어 학습의 발전을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12)라는 말에 대해서 '누굴?'이라는 반응을 보이는 것만큼이나 정당하게 13)에서 'who(m)?'에 대한 욕구를 느낄 수 있다면 비로소 여러분은 '죽은 외국어'가 아니라 모국어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산 외국어'를 배우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동사 이후에 생기는 LT를 제거하기 위해서 미리 동사에 보완해 놓는 것을 우리는 '보충어(Complements)'라고 하며, 이 보충어의 품사에는 '명사', '부사', '형용사' 등 제한없이 쓰입니다. 각 품사에 따라 '목적어', '보어', '부사어'등의 명칭을 붙이기도 하지만, 구별의 실익이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학습에 방해가 되는 바가 많아서 그냥 '보충어'면 족하다고 봅니다.

글이 또 너무 길어져서 동사의 학습을 다음 강의까지 연장해야겠네요. 다음 시간엔 동사 다음에 나오는 보충어들의 양상에 대해 각론적으로 더 알아보고, 전통적인 형식 문법들에 대해 비판해 보는 시간도 좀 갖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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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오늘도 마음 먹은 강의의 반 밖에 못했네요...ㅜ,.ㅠ 그래도 중요한 개념들이 여러가지 나온 것에 만족합니다. 잘 익혀 두시면 언어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언어 지식은 암기가 아니라서 시간이 지나면 강화되지 절대 퇴색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외웠는데 금방 잊는 지식은 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전거를 타는 데 필요한 지식처럼 한 번 알아두면 평생을 두고 계속 강화만 되는 지식만이 진정한 언어지식입니다. 진정한 지식을 잘 알아두면 여러분은 특별한 노력없이도 언어가 계속 늘 뿐 아니라 노력을 더하면 광속으로 배울 수 있습니다. 저도 언어에 대한 지식을 얻은 이후론 매년 영어가 느는 것을 느낍니다. 요샌 영어공부도 거의 하지 않는데도 말이죠. 그건 여러분들이 묵언 수행을 10년 해도 모국어를 잊지 않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여러분의 건투를 빕니다....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