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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경제

제2의 IMF사태에 빠진 한국경제 (김광수 경제연구소 경제시평 SAMPLE)

출처 : 김광수경제연구소


이 글은 2008년 10월 28일자 <경제시평> '특집'에서 발표된 글입니다. 시평 회원가입을 희망하시는 분께서는 참고해보시기 바랍니다.

 

 

국내 은행권 유동성 부족과 달러 부족에 대한 국내외 불안감이 계속 높아지자 기획재정부는 10 19일 은행의 외화차입에 대한 지급보장과 금융기관 유동성 공급 확대, 펀드 불입금에 대한 소득공제 및 배당소득 비과세 조치, 그리고 중소기업 자금지원의 4가지 대책을 담은 국제금융시장 불안 극복방안을 발표했다.

 

재정부가 발표한 대책내용을 재정리해서 살펴보면, 먼저 외환시장 안정 대책으로는 국내은행(해외지점 포함) 2009 6월말까지 도입하는 대외채무에 대해서 총 1,000억 달러까지 발생일로부터 3년간 정부가 지급을 보증해주기로 했다. 보증규모를 1,000억 달러로 한 것은 2009 6월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국내은행의 대외채무가 약 800억 달러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한국은행과 함께 충분한 외화유동성을 은행권에 추가적으로 공급하기로 했는데, 우선 긴급히 300억 달러를 추가로 직접 공급하기로 했다. 수출입 대기업,자산운용사 등 달러 실수급 업체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달러 수급이 안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G20회담 등을 통한 다자협력과 통화스왑 등 국제공조 체제에 포함되도록 노력하고 한중일 중심의 지역협력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은행 등 금융기관의 원화 유동성 부족 및 자금인출 사태에 대한 대책으로는 한국은행이 금융시장에 RP매입, 국채 직매입 및 통안증권 중도상환 등을 통해 원화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함으로써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했다. 금융기관의 자본 확충, 예금보장 확대 등은 현재로서는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나, 필요시 적기에 충분한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고 했다.

 

  증시 안정에 관해서는 장기보유 주식 및 채권 펀드에 대해 세제지원을 통해 주식시장 및 자산운용사 수신 안정을 도모하겠다고 한다. 장기주식형펀드(적립식) 3년 이상 가입한 경우 불입금액의 일정비율을 소득공제하고 배당소득에 대해 비과세하며, 장기 회사채형펀드(거치식) 3년 이상 가입한 경우에도 배당소득에 대해 비과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금난에 직면한 중소기업 금융지원 확대에 관해서는 기업은행에 대하여 1조원의 현물출자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1조원 증자시 중소기업 대출 여력은 약 12조원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정부의 대책발표에도 불구하고 지난 주 원/달러 환율은 폭등세를보였으며 증시는 폭락세를 보여 정부대책을 무색케 했다. 아래의 <도표1>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지난주 말 원/달러 환율은 1,422원으로 치솟았으며, KOSPI 주가지수는 938포인트를 기록하여 2005 5월 이후 처음으로 1,000포인트 밑으로 떨어졌다. 그런가 하면 채권의 순가격지수(이자를 제외한 순수한 채권가격 변동만을 나타내는 지수) 역시 액면가 밑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것은 사실상 한국경제가 이미 2 IMF사태에 진입하였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달러 환율 폭등과 관련하여 국내 외환시장의 달러수급 구조를 살펴보기로 하자. 아래의 <도표1>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순매도는 2006년부터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200727.2조원( 290억 달러)의 순매도에 이어 올해에도 10월 현재까지 33.6조원( 330억 달러)의 순매도를 기록 중이다. 현재대로라면 연말까지 40조원(400억 달러)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도표1> 한국 금융시장의 주요 지표 추이

 

                ()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그런가 하면 올 8월까지 경상수지 적자가 -125억 달러를 넘고 있으며 올 연말까지는 -20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수출기업들의 달러 매각 기피를 감안하면 실제로 수출기업의 달러공급과 수입기업의 달러수요 간의 경상거래 면에서 발생하는 달러 공급부족은 최소한 경상수지 적자의 서너 배는 훌쩍 뛰어넘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기에 2009 6월까지 800억 달러의 외채를 상환해야 하는 은행권의 달러수요까지 포함하면 이미 한국의 외환시장은 수급이 완전히 무너진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한국의 외환시장은 플로우 측면에서 투기적 가수요까지를 포함하여 대략 2,000억 달러 전후 수준의 달러부족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달러가 바닥이 난 것이 아니라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에 빠져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정부의 시장 개입에도 불구하고 8월부터 원/달러 환율이 폭등을 계속하고 있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달러 수급 불균형이 내년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정부의 외환보유고는 2,400억 달러 정도로 알려져 있으나 이미 시장개입으로 사용한 외환보유를 감안하면 대략 2,000억 달러 정도로 추정된다. 환매 문제와 투자손실 문제까지를 감안하면 사실상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가용 외환보유고는 매우 한정적일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미국이나 일본 등과 정부간 또는 중앙은행간 달러스왑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모두가 제 발등에 불이 떨어져 남의 나라 신경 쓸 겨를이 없을 뿐만 아니라 미국 이상으로 부동산 버블 붕괴에 직면한 한국경제를 달러스왑 공조체제에 끼워주고 싶은 마음도 없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과 베트남, 인도 등에 투자한 민간부문 해외투자펀드들의 자금 환류도 기대하기 어렵다. 대부분의 해외투자펀드들이 반토막 이하로 깨진 상태에 있을 뿐만 아니라 환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300억 달러 규모의 긴급 달러자금을 공급하고 수출대기업들에게 달러매각을 강요한다 한들 마치 언 발에 오줌 누기와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은행들의 달러차입에 대해 정부가 지급보증을 해준다고 한들 이미 달러 수급이 완전히 무너져 있는 마당에 외국 금융기관들에게 먹힐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할 수 있다. 외신에서 한국위기를 보도하고 있는 배경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외신의 한국위기 보도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증시 이탈 이유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한국정부는 지난 90년대 IMF사태 때처럼 여전히 우리는 다르다(We are different)고 주장하고 있다.한국정부만 혼자 눈 가리고 아웅하고 있는 것 같다.

 

 

  다음에, 은행 등 금융기관들의 원화 유동성 부족 문제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앞서 <도표1>에서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를 떠받쳐주고 있는 것은 증권, 자산운용사, 은행, 보험 등 기관들과 법인기업들이다. 그러나 9월부터 기관들이 순매도로 반전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투자자들의 펀드 환매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의 펀드환매는 국내펀드와 해외펀드 양쪽에서 일어나고 있다. 국내펀드는 9월에 20조원 가량의 환매가 발생했으며 10월에는 연기금과 개인들의 매수세에 힘입어 15.7조원 가량의 순유입이 있었다. 해외펀드는 이미 지난 7월부터 환매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4개월 동안에 2.6조원 가량의 환매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원화유동성 부족의 문제는 은행들이 더 심각하다. 은행들이 막대한 은행채와 CD 상환 압력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아래의 <도표2>에서 예금은행 전체의 평균 예대비율 추이를 살펴보면 2001 80% 수준이던 것이 2002년부터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하기 시작하면서 급상승하기 시작하여 2004년에는 100%에 이르게 된다.  2004년에 예금은행들은 이미 예금 수신액 전부를 부동산담보대출로 소진해버리게 된다.그 결과 은행들은 2005년부터 부동산담보대출을 확대할 수 있는 대출자금 부족에 직면하게 되었다.

 

             <도표2> 예금은행 예대비율 및 은행채 발행 잔고 추이

 

    ()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은행들은 추가로 부동산담보대출을 해주기 위해서는 예금을 늘리거나 아니면 예금 이외의 별도의 자금조달원을 찾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이에 은행들이 눈을 돌린 것이 바로 은행채와 CD 발행 그리고 단기외화차입 확대였던 것이다. 2005년부터 은행들은 은행채와 CD 남발 그리고 단기외화차입 확대를 통해 원화자금을 조달하여 부동산담보대출을 확대해간다. 그리고 2008 8월말 기준으로 국내 시중은행들을 포함한 예금은행 전체의 평균 예대비율은 평균 140%에 육박하였다. 말하자면 예금 100에 대해 140의 대출을 한 것이다. 이것은 예금은행들이 초과대출분 40의 자금을 은행채와 CD 발행 및 단기외화차입을 통해 조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중 조달비중이 가장 큰 은행채 발행 잔고 추이를 살펴보면, 2005년 초에 은행들의 은행채 발행잔고는50조원 미만이었다. 그러나 부동산대출 자금부족으로 2005년 하반기부터 은행채 발행이 증가하기 시작하여 2006년부터 2007년까지 2년 동안에는 월평균 2.8조원 가량의 속도로 순발행을 계속해왔다. 그 결과, 2008 10월 현재 은행채 발행잔고는 총 139조원에 달하고 있다. 2005년의 50조원 미만에 비하면 무려90조원 가까이나 늘어난 것이다.

 

은행채 남발은 기업들의 회사채 시장을 압박했다. 기업보다 신용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 은행들이 은행채 남발을 통해 회사채 시장의 자금을 빨아들여 버렸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만기가 1년 이상 7년 이하의 은행채를 주로 발행했다. 예컨대 2006년에 만기 2-3년짜리 은행채를 발행했다면 2008년부터 2009년에 걸쳐 상환이 도래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은행채의 상환 잔존기간별 상환도래 금액을 살펴보면, 2008 10월 현재 1년 이내에 상환해야 하는 금액이 55.9조원으로 전체 발행잔고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1-2년 이내에 상환해야 하는 금액도 41.6조원으로 30%를 차지하고 있다. 이로부터 2년 이내에 상환해야 하는 은행채는 총 97.5조원으로 전체 발행잔고의 70%에 달하고 있다. 이미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미국발 서브프라임론 사태와 금융위기가 확산되면서 한국도 부동산 버블붕괴가 시작되고 주가도 폭락하기 시작하자 투자자들은 신용불안을 우려하여 투자회수를 서두르고 있다. 상기 <도표2>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2008년부터 전월대비 은행채 순발행(증감)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그로 인해 은행들의 차환발행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차환발행이 어려워지면 만기가 도래한 은행채에 대해 원리금을 상환해줄 수밖에 없게 된다. 그 결과 은행들이 극심한 원화유동성 부족에 빠지게 된 것이다. 물론 CD와 단기외화차입 상환도 마찬가지로 원화유동성 부족의 원인이 되고 있다.

 

앞서 <도표1>의 순자산가격 추이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은행채도 순자산가격이 액면가를 밑돌고 있다.즉 은행채에 대한 이자를 제외한 은행채 자체의 가격은 액면가 이하로 떨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은행채 금리도 폭등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은행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수요가 급감하여 수급이 무너져버렸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들은 막대한 은행채 상환을 위해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재정부와 은이 원화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하지만 이것 역시 언 발에 오줌 누기와 같다. 현재로서는 금융시장 혼란과 경기불황 그리고 무엇보다도 막대한 은행채 상환액 등을 감안하면 은행들의 원화유동성 부족 문제를 쉽게 해소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예금금리를 올려 예금을 확보하려고 발버둥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원화 유동성 부족이 계속될 경우 은행들로서는 자금부족으로 인한 부도 위험을 벗어나기 위해서 부동산담보대출 자금을 회수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은행들이 원화유동성 부족으로 부동산담보대출 회수에 나설 경우 부동산시장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질 지는 설명이 필요 없다. 또한 은행들의 극심한 원화 유동성 부족이 단기간에 해소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들도 극심한 원화자금 조달난에 빠지게 될 것이다. 적지 않은 중소기업들이 자금난으로 도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미 실제로 그런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결론을 말하자. 이미 한국경제는 2의 환란에 빠져 있다. IMF사태 이후 한국경제는 부동산투기에 매달려 성장잠재력을 상실한 채 버블 성장을 해온 셈이다. 그런 버블이 여기저기서 걷잡을 수 없이 터지기 시작하고 있다. 정부관료들과 정치권 무지와 무능 그리고 도덕적 해이는 또다시 국가적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90년대 말의 IMF사태에서 이들은 아무것도 배운 바가 없다.

 

처음부터 버블을 차단하는 정책을 추진했더라면 문제는 간단했다. 정권에 관계 없이 한국경제를 건전하게 유지할 책임이 있는 정부관료들과 정치권은 오히려 버블을 부추기고 선동하는데 앞장섰다. 이들은 부동산투기를 이용하여 한몫 챙기겠다는 사리사욕에 눈이 뒤집혔던 것이다. 그런 그들이 이제 와서 유지할 수 없는 버블 붕괴를 막아보겠다고 엉터리 대책들을 남발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연구소는 그저 통탄할 뿐이다. 이 모든 빚과 상처는 자식세대들이 떠안을 수 밖에 없다. 우리의 자식세대들은 무슨 힘으로 이 엄청난 빚과 상처를 감당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