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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한국 개발자들을 위한 영어 강의 - 3. 동사에 대하여...(1)

출처 : https://www.facebook.com/groups/engfordev/permalink/647501638634998/


지난 시간까지 언어란 '명사'와 '동사'를 엮은 것이고, 언어간의 차이는 그 엮음새의 차이일 뿐, 명사와 동사는 전 언어 공통이라는 상식적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따라서 외국어를 공부할 때는 단어를 많이 아는 것보다는 그 엮음새에 대한 지식을 이해하고, 그것을 반복, 숙달함으로서 유창함에 이를 수 있다는 것도 이해했습니다. 오늘은 문장의 엔진(engine)이라고 할 수 있는 '동사'에 대해 공부하면서, 동사에 대한 기존의 오해를 씻고, 동사 해석을 익숙하게 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make라는 동사가 있습니다. 얘는 품사가 그냥 '동사'니까 이 상태로는 '만들다'라는 우리말 해석과 동일합니다. 우리말과 소리만 다를 뿐, 그냥 '만들다'라는 뜻(정확한 표현으로는 '만들다'라는 소리가 우리에게 주는 느낌)입니다. 요새 유행하는 표현으로 하면, "make라고 읽고, '만들다'라고 새긴다" 쯤 될 것입니다. 언어의 차이란 결국 '엮음새'의 차이라고 했으니, 단지 원형의 형태로는 우리말과 구별되지 않으므로, 언어간의 차이가 없다고 말 할 수 있습니다. 만약 make라는 발음을 우리말로 수용하고 그 뜻을 '만들다'로 새긴다고 가정하면, 

1. 나 어제 그거 '만들었어'.

라는 표현은,

2. 나 어제 그거 '메익'했어.

라는 표현으로 우리말화 될 수 있습니다. 

영어의 동사가 우리말 동사와 다른 것은 원형의 의미 부분이 아니라, 그것이 엮여서 변화하는 형태입니다. 일반적으로 영어의 동사는 '시제(tense)'와 '상(aspect)'과 '태(voice)'에 대한 정보를 순서대로 원형형태에 반영함으로써 전달하게 됩니다. 

여기까지 진행되고서는 일반적인 문법책에 나와 있는 영어의 '12시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우리는 영어의 시제는 12가지가 있고, 그 12가지 시제의 형태와 뜻에 대하여 각각 배우기 시작합니다. 지난 번 5형식과, 8품사에 대한 강의에서도 밝혔듯이, 5, 8, 12와 같은 숫자로 언어를 파악하기 시작하면, 어느 누구도 언어를 배울 수 없습니다. 언어는 단순한 공식의 무한 확장이고, 단순한 정보들을 순서대로 엮어서 복잡하고 다양한 뜻을 만드는 매우 창의적인 과정입니다. 언어를 5, 8, 12와 같은 변치 않는 '상수'들이 지배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면, 그것은 죽은 언어에 불과하게 될 것입니다. 저는 12시제를 늘 머리 속에 생각하면서 말하는 유창한 구사자(fluent speaker)를 본 적이 없을 뿐더러, 그런 식으로 해서 영어가 늘 수 있을까란 질문에 대해 매우 회의적인 입장입니다. 그러니 이 다음 문장을 읽을 때부터는 영어의 12시제란 말은 머리 속에서 완전히 지우시길 부탁드립니다. 

영어에는 다음과 같은 시제(tense)가 있습니다. 

3. 현재(e.g. make)
4. 과거(e.g. made)
5. 미래(e.g. will make)

일반적으로 현재 시제는 원형과 같고, 과거는 늘 원형의 변형태이며, 미래는 미래 조동사를 추가하여 만듭니다. 혹자는 과거가 현재의 변형이고, 미래는 '조동사'를 따로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미래는 표현일 뿐, 시제가 아니므로 시제는 현재와 과거, 둘만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기도 하는데, 사실이야 뭐가 어떻든 제 입장은 영어의 시제가 현재, 과거, 미래로 우리가 파악하는 3시제와 상식적 일치를 보인다면, 굳이 저 체계를 거부할 필요가 있을까하는 겁니다. 중요한 건 우리는 시제를 세 가지로 보는데, 영어는 12가지나 되니까, 모르는 건 외워서 해야 한다는 이상한 생각만 가지지 않았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영어와 우리말에서 모두 3시제를 취하므로 우리는 특별히 영어에 대해 더 배울 것은 없고, 단지 동사의 형태가 시제에 다라 어떻게 달라지며, 그렇게 달라졌을 때,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란 물음에 대답할 정도가 되면 그만일 것입니다. 

영어에는 다음과 같은 상(aspect)이 있습니다.

6. 단순(e.g. make)
7. 완료(e.g. have made)
8. 진행(e.g. be making)
(9. 완료진행(e.g. have been making))

언어는 엮음새에서 차이를 보일 뿐이므로, 형태적 변화를 유심히 보시기 바랍니다. 단순이란 원형 그대로이며, 완료와 진행은 잘 아는대로 have p.p와 be -ing 형태를 띱니다. 완료진행은 사실 '완료'와 '진행'을 순서대로 엮은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형태적으로 단순 병렬로 엮여 있을 뿐 아니라, 뜻도 순서대로 병렬되어 있을 뿐임), 사실 따로 추가할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이런 식의 분류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의 편이를 위해 추가해 두었습니다. 일단은 형태만 봐 두세요. 뜻을 어떻게 새기는가에 대한 문제는 태에 과한 설명이 끝나고 이어집니다.

영어에는 다음과 같은 태(voice)가 있습니다. 

10. 능동(e.g. make)
11. 수동(e.g. be made)

능동은 원형그대로 변화가 없고, 수동은 잘 아는대로 be p.p.의 형태를 취합니다. 능동이나 수동은 우리말에 비추어도 크게 다를 게 없으므로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을 듯 해서 별다른 언급없이 바로 '시제', '상', '태'의 조합이 동사의 형태에 어떤 영향을 주고 어떤 의미로 새겨지는지에 대한 얘기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시제나 태에 대한 해석은 자연스럽게 하는데, 상에 대한 해석에서 많이 혼란스러워 합니다. 그 이유와 책임은 모두 12시제에 있습니다. 12시제에는 분명히 상에 대한 해석 지침이 있지만, 각각의 시제의 차이점을 기술하는데 역점을 두는 관계로 일반 피교육자들은 상에 대한 정보가 12가지나 되는 것을 잘 못 아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영어에서 동사 형태에 따른 해석의 실패는 모두 '상'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 있고, 그 책임은 모두, 전적으로 12시제에 있기는 하지만, 이를 뒤집어 보면, 한국인에게 '상'이 무엇인가에 대한 교육만 철저히 시키면, 동사를 원어민처럼 창의적으로 구사할 수 있다는 뜻도 됩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따라서 동사에서 '상'의 역할에 대해 집중해서 볼 필요가 있을 겁니다. 

상이라고 해서 어렵거나 철학적이거나 구구한 얘기가 필요없습니다. 6~8까지의 '상' 정보는 다음과 같이 해석하면 됩니다:

12. (해석하지 않음)
13. - 왔-
14. -는 중이-
15. -오는 중이-

저런 해석의 의미가 무얼 뜻하는 지는 구구절절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말에 적용시키면 모국어 화자들은 자연스럽게 뜻을 파악하지요. 다만, 15의 '완료진행'의 해석은 13과 14해석의 단순한 병렬결합이라는 점에서 7, 8이 보여주는 형태적 단순병렬과 같은 이치를 보인다는 것을 알아두시면 좋을 듯합니다. 

글이 너무 지나치게 길어지는 듯 해서, 동사의 한 형태를 분석하는 것으로 우선 이번 글은 마치고자 합니다:

16. will have been being made

일반적으로 모든 동사의 형태는 '시제-상-태'의 순서로 형태가 구분되어 있고, 의미를 새길때는 우리말과의 '엮은 방식'의 차이때문에, 형태의 역순으로 해석하게 됩니다. 16에서 조동사 will의 출현은 이것이 '미래'임을 알려주고, 이어서 오는 have pp의 존재가 '완료'임을, 이어지는 be -ing가 '진행'임을, 이어지는 be p.p.가 수동태임을 알려주고 있으므로, 우리는 이 동사가 형태적으로,

17. 미래 완료진행 수동태

라는 것을 알게 되고, '상'이 완료진행이라는 것에 착안하여 15의 해석을 적용하며 역으로 해석하면,

18. 만들어져(수동) 오는 중일(완료진행) 것이다(미래).

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고 싶은 얘기가 더 많지만, 일단은 다음 수업으로 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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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이제 연말연시의 기운이 물씬 풍기네요. 요새 좀 한가한 관계로 '생코'와 '개영'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편입니다. 토론도 많이 하고, 격려도 받고, 가끔은 악플도 받아 봅니다. 어쩌면 인생이란 대단히 상호적인 것 같아요. 주는 대로 받지요. 때론 받은 걸 돌려줘야 하나? 라는 망설임도 있지만, 비슷하게라도 돌려주는 것이 나중에 결과가 좋다는 것이 게임이론이 주는 교훈인 듯 합니다. 그러나 어찌 인생이 계획대로만 됩답니까? 특히 인간관계가 더 그렇죠. 오로지 명확한 것은 내가 흘린 땀이나 내가 공부한 것은 날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이니, 그것으로 위안을 삼을 뿐입니다. 오늘 강의가 도움이 많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중간에 끊어서 개인적으로 아쉬운데, 다음 강의에서 더 많이 얘기 나누도록 하겠습니다...즐거운 주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