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보

[연재] 한국 개발자들을 위한 영어 강의 - 4. 동사에 대하여...(3)

출처 : https://www.facebook.com/groups/engfordev/permalink/652529844798844/


지난 시간 우리는 동사의 형태변화와 그 해석에 대해서 알아 봤습니다. 사실 언어에서 형태변화는 의미변화를 뜻하므로 형태에 민감한 사람들은 해석에도 능합니다. 언어는 고밀도의 지식체계이고, 매우 높은 정도의 통합성이 있어서, 군더더기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마 군더더기가 있었더라도 장구한 세월의 흐름 속에 모두 사라져 버렸을 겁니다. 그러니 단어의 미세한 변화라도 놓치지 말고 그 의미를 따지다 보면 어느새 영어가 모국어처럼 늘 것입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문장 내에서 동사가 어떻게 발현되는지에 대해 알아보고, 동사를 매크로하게 인식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아보겠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개발자들이기 때문에 여러분은 '연산자'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컴파일러에서 가장 기본적인 가감승제(+,-,*,/) 연산자 뿐 아니라 다양한 연산자들이 존재하여 연산을 돕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연산자들이 모여서 일군의 체계적인 계산식이 나오면, 우리는 그것을 일반 함수(function)로 만들어서 쓰게 됩니다. 이런 일반함수들은 좀 더 상위의 계산을 위해서 연산자와 함께 사용되고,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더 높은 수준의 함수를 만들어 내게 되는데, 이런 함수집합을 매크로(macro) 함수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매크로 함수를 정의하여 쓰면, 복잡한 식을 간단하고, 명확하며, 훨씬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실, 어떤 면에선 연산한 값보다 더 중요한 것이 논리의 전개과정이라고 할 수 있고, 우리는 그런 전개과정에 대한 지식을 통해 결과 값이 어떠리라는 것을 추측해 낼 수 있습니다. 사실 이런 단순연산자들이 매크로 함수가 되는 과정은 우주만물의 구성원리입니다. 우리는 사과를 보면서 사과 속에 있는 분자들이나, 그 분자들을 이루는 전자와 양자같은 것들을 동시에 보지 않습니다. 오직 맛있게 익은 붉은 사과라는 개체(object)를 느낄 뿐이죠. 우리가 사과의 매크로한 모습만 본다고 해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일은 없습니다. 다만 식중독같은 병이 도질 때, 사과의 성분을 조사하기 위해 현미경을 들이댈 수 있을 뿐이죠. 사과의 전자나 분자가 가장 마이크로(micro)한 연산자라면 그것들이 모여 만든 물분자나 당분자들은 함수(function), 그것들이 모여 만든 사과는 매크로 함수가 될 수 있을 겁니다. 

1) 연산자: +, -, *, /
2) 함수: f(x,y) = x*x+y*y
3) 매크로 함수: g(x)=3*f(x,2)+2*f(2,x)-f(x,x)/x

그런데 영어를 배우는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은 영어 문장이 주어지면 일제히 그것을 미분하기 시작해서 연산자 단위로 바꿔 놓는 경향이 있습니다. 바로 문장을 단어의 집합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렇게 문장을 단어의 연결로 인식해서는 각각의 뜻을 보고 전체 문장의 뜻을 아무렇게나 만들어 버립니다. 이러니 같은 문장을 백사람에게 주면 해석이 백 개가 나오는 것입니다. 혹자는 이것을 '해석의 다양성'운운하며 합리화하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사실 해석의 다양성은 통사 구조에 대한 '모두의 동의'가 없으면 절대 성립할 수 없습니다. 즉, 해석은 달라도 반드시 통사 구조에 대한 의견은 동일해야 하며, 통사 구조에 어긋나지 않으면 다양한 해석을 인정한다는 원리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통사 구조에 대한 서로의 오해가 해석의 다양성을 낳는 경우가 많아서 경계할 일인데, 이런 것의 원인이 바로 문장을 '미분'하는 습성입니다. 사과를 맛보라고 사과를 줬더니, 잘게 쪼개서 뭐가 들었나 보는 사람들처럼 한심하기 그지 없는 일입니다. 

문장은 언어를 이루는 두 요소인 '명사'와 '동사'라는 최소 단위가 일정한 논리적 단계를 거쳐 '주부'와 '술부'라는 함수로 발전하는 과정입니다. '명사'의 발전에 대해서는 다음에 논하기로 하고, 우선 동사의 최소 단위와 발전과정을 보면,

4) 동사
5) 부사 동사
6) 조동사 부사 동사

와 같습니다. 동사라는 최소단위의 단어는 '의미의 확장'을 위해 '부사'의 수식을 받게 됩니다. '수식'이라는 것이 왜 생겨야 하는지에 대한 얘기는 역시 다음으로 미루겠지만, 동사는 수식을 통해서 새로운 의미를 훨씬 용이하게 획득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은 말해 두고자 합니다. 동사라는 '의미'에 부사라는 '의미'가 붙는 것과는 달리, '조동사'는 단지 문법적인 이유로 동사를 구성합니다. 가령,

7) + 1, 2

와 같은 형태를 띠는 연산식과 같이, 조동사는 일종의 연산자이며, 그것이 부사와 동사의 의미를 묶어준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와 같은 연산자가 나오면, 다음에 피연산자(operand)가 나온다는 것도 아울러 유추해 낼 수 있듯이, 조동사가 나오면, 다음에 부사나 동사가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구조적인 면에서 보면, 4)와 5)는 독립된 동사의 형태라고 한다면, 그것들은 결국 6)과 같은 완성된 함수구조의 두 가지 발현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6)을 클래스(class)라고 하면, 4)와 5)는 그 클래스의 두 가지 인스턴스(instance)라고 할까요. 때문에 6)을 좀더 추상화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조동사) (부사) 동사

이것을 클래스라고 했을 때, 이것의 발현태는 

9) 동사
10) 부사 동사
11) 조동사 동사
12) 조동사 부사 동사

과 같은 4가지 형태가 가능합니다. 사실 '조동사'와 같이 순수히 문법적 기능을 위해 탄생한 어휘들에 대해선 정말 뜨겁고, 열렬한 고찰을 할 필요가 있지만, 동사를 다루는 이번 강의의 목적상 기회를 미루고, 다만, 언어에는 '부사'와 '동사'처럼 현실을 모사하기 위한 어휘와 '조동사'처럼 단지 언어 그 자체의 목적으로만 탄생한 어휘가 있다는 사실은 반드시 기억해 주길 바랍니다. 언어에 '부사'와 '동사'만 있었다면, 그건 그냥 그림을 그리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을 겁니다. 언어를 언어답게 하는 것은 바로 '조동사'와 같은 문법 어휘라는 것을 꼭 기억하셨다가 이 다음의 강의에서 다시 한 번 상기해 주시길 바랍니다. 한 언어의 특징은 결국 그런 '문법 어휘'들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개발자들의 방식으로 비유하자면, '조동사'는 동사 구조에 있어서, '헤더'가 소켓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보면 8)은 동사라는 '소켓'의 추상구조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9)에서 12)까지의 예를 들면,

13) make
14) easily make
15) will make
16) will easily make

과 같습니다. 조동사는 동사에 특정한 의미를 더해주기 위해 만들어 지는데, 주로 '예정', '가능', '의무'를 나타내는 데 적극적으로 쓰이고, 때문에 이를 위한 전문 어휘인 'will', 'can', 'must, should' 등이 따로 존재합니다. 이렇게 따로 존재하는 조동사들 다음에는 반드시 '동사원형'을 써야 한다는 것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동사가 필요한 의미가 여기서 그치지는 않기 때문에 영어는 일반동사를 빌어 조동사의 의미를 갖추기도 하는데, 동사의 시제, 상, 태를 공부한 지난 시간에 보았던,

17) be+pp
18) have+pp
19) be+~ing

와 같은 것들이 그 예입니다. 보통 전문조동사인 will, can, must 등은 병렬해서 쓰지 않는 것이 영어민들의 언어 습관이다보니, 조동사의 의미를 병렬하고 싶을 때는,

20) will have been being made

처럼, will 이후에는 have pp, be ~ing, be pp 처럼 일반동사에서 파생된 조동사들을 병렬해 쓰는 편입니다. 

전통적인 문법에서 '조동사'를 배우면, 주로 조동사 어휘(will, can, must, ought to, used to 등)들만을 한정해서 배우는 편이지만, 조동사를 본동사에 대한 '보조적 의미 강화'라는 측면에서 보면, 

21) 소망: want to, hope to
22) 예정: be going to, plan to
23) 의도: intend to
24) 경향: have a tendency to
25) 가능: be able to
.
.
.
.



처럼, 무한정의 조동사를 만들어 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26) Steve wants to meet her.

와 같은 문장에서 '동사'를 want로 본다면, 그 이후의 요소들을 분석하는 데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wants to meet'을 '조동사+동사'의 형태로 분석한다면, 주어+동사+목적어의 간단한 문장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런 조동사들은 병렬 표현이 (이론상) 무한정 가능하므로,

27) He is able to be going to intend to talk to her. 그는 그녀에게 말을 걸 의도일 예정일 수 있다. 

와 같은 표현도 가능하며(저런 말이 실제로 쓰일지는 의문이지만), 이 경우에도 동사는 'is able to be going to intend to talk'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조동사의 종류를 확장해서 생각하다보면, 동사가 지배적인 문장들에서 동사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형태적으로나 의미적으로 모두 상당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28) Comments will not be executed by JavaScript. 
29) Comments can be added to explain the JavaScript.

위 두 문장은 '주석'에 대한 간단한 설명입니다. 여러분이라면, 28)과 29)의 문장에서 동사로 무엇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여러분이 어떤 식으로 동사를 선택하든 그건 여러분의 자유입니다. 그러나 확실한 건 연산자 훈련이 잘 되어 있는 사람은 곧장 함수가 보이고, 그 함수 훈련이 잘 되어 있는 사람은 매크로 함수가 금방 눈에 띕니다. 매크로 함수를 짚고서 겅중겅중 뛰는 사람을 연산자에 매달리는 사람이 따라 잡을 수 있겠습니까? 아마 그 차이가 바로 여러분과 원어민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같으면 28)에서 will not be executed, 29)에서 can be added to explain 까지를 동사로 잡을 것같습니다. 

언어는 생성부터 해석까지 모두 매우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과정입니다. 그리고 발화자와 청취자의 심리적 상태에 매우 예민하게 의존합니다. 제가 이 짧은(?) 강의 속에 못 다한 말들이 많지만, 한 가지 꼭 말씀드리고 싶은 건, 이렇게 동사를 '조동사' '부사' '동사'의 구조적 발현으로 보는 것, 그리고 '조동사'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매우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좀 더 매크로하게 동사의 역할을 정의할 수록 문장은 좀 더 짧아지고 단순해 집니다. 동사의 다양한 변화에 대하여 새로운 눈을 뜰 수 있도록 다음 시간에 좀 더 논의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아울러 '동사' 자체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그리고 동사 다음에 나오는 보충어들(complements)의 존재에 대해서도 토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
.
.
.
.
.
.
.
.
.
.
.
.
.
후기: 
제가 SI업체에 있다보니(저는 한 SI업체에서 솔루션 개발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여기저기 사이트를 전전하는 중에 '보안'이 엄격한 곳으로 들어가는 때가 있습니다. 지난 주가 딱 그렇네요. 이번 사이트는 외부 인터넷이 매우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는데다가, 업무 정의하고, 일 나누고 하다보니 좀 바빴습니다. 게다가 새로운 직원이 둘 이나 들어와서 신경도 써야 하고...일주일에 두 편은 써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지난 주엔 한 편을...ㅜ,.ㅠ 그러나 글보다는 우선 회사와 제 생활이 먼저임을 양해 구합니다. 그건 모든 생활인의 공통이니까요. 그래도 꾸준히 글을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