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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이야기

지금까지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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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벌써 3개월이 다 되어가는군요...
처음 이곳 바운(Bowen)에 오기까지는 많은 망설임이 있었죠...
보시다시피 브리즈번에서 천Km이상 떨어진 지역인데다,
에머랄드에서도 무려 540km 정도 떨어져 있으니 말이죠...
게다가 번번히 가는 곳마다 실패의 쓴잔을 마시다 보니 더욱 힘든 결정이었어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참 잘한 선택이 되었네요.. 이제 그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보도록 하죠~ㅋㅋ

첫 농장은 규모가 작은 편이었어요...
원래 3~4주를 목표로 한다고 했는데.. 막상 가보니까 일주일 정도 할일밖에 없더라구요..
농장일을 하다보면 컨츄렉터라고 하는 사람들과 일을 같이 하는 경우가 자주 있는데요
농장주가 컨츄렉터와 계약을 하고 일을 맡기면, 컨츄렉터는 우리 같은 노동자를 불러다가 일을 마치는 거죠..
여하튼, 도착하고 보니까 컨츄렉터의 말과 달리 일이 곧 끝난다고 하는거에요...
농장관리인이 직접 일본애들을 부른 거에요..
덕분에 일이 예상보다 두배 빨리 끝나버린거죠..
그래서5일 동안 400불 대락 40만원 정도 하는 돈을 벌었습니다.
4시에 일어나서 6시에 일을 시작했어요... 2시쯤 일을 끝마쳤고, 1시간쯤 휴식을 취했으니..
대충 7시간쯤 일 한 것 같네요... 대충 계산해도 시간당 1만원 정도 나오기는 했지만,
호주에서는 이 정도면 안 좋은 성적표에요...
게다가 일주일 정도는 컨츄렉터가 다른 일이 있으니 며칠만 기다려달라고 해서 억지로 있었으니...
아주 최악이었죠...
방 값은 주당 100불 정도 들었고, 밥 값에 이동비에 쓰고나니 400불 고스란히 날라간 셈이에요..
뭐 그래도 처음 해보는 일이고 하니 그냥 좋은 경험했다 생각하고 브리즈번으로 내려간겨죠...

다시 내려온 브리즈번에서는 최악의 경험을 하게 됩니다..
우선 첫날부터 방을 잡지 못해서 그냥 PC방에서 하룻밤 보냈어요...
물론 브리즈번에도 PC방은 있답니다.. 18불에 12시간이었으니 그리 나쁜 편은 아니었어요...
어쨌든 다음날 곧장 백팩을 잡게 되었는데요... 여기서 베드벅이란 최악의 잡넘에게 물린거에요...
베드벅은 말 그대로 침대에 서식하는 빈대류인데요...
한번 물리면 몸 전체로 병균이 옮겨가며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죠...
처음에는 하나둘 간지럽기 시작하지면 몇시간만 흘러도 몸 전체로 퍼지는 아주 무서운 병이에요..

원래 백팩은 웬만해선 환불이 안되지만, 메니저랑 좋게 얘기해서 나머지 방값은 환불받고 나왔어요..
그리고 곧장 제가 처음 묵었고, 제일 좋아하는 백팩으로 옮겼죠...
병의 심각성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곧장 약을 사먹었는데요... 그래도 쉽게 낫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이것저것 바꿔가며 약 값으로만 거의 100불 정도 쓴 것 같아요...
저한테 딱 맞는 약은 Telfast라는 약이었어요... 12불 정도 했던 것 같은데요...
한알 먹고 나니 곧장 간지럼증도 사라지고 빨리 낫더라구요...
이 약으로 바꾸기 전까지 일주일 동안은 정말 악몽같은 날이었죠...
처음 3일 동안은 간지럽고 열이 나서 잠을 못잘 정도였어요... 겨우 지쳐서 2시간 정도 잤을까?
더운 날에도 항상 긴팔과 긴 바지로 상처를 감춰야 했구요..
새벽에는 혼자 외롭게 창가를 바라보며 mp3만 들어야했죠...
베드벅에 물린 걸 알면 사람들이 다 싫어하거든요...
집 떠나면 고생이고, 혼자 살다 아프면 서러운데...
말도 안 통하는 타국에서 아파도 아픈티도 못내고 혼자 끙끙 앓아야 했으니, 제가 얼마나 서러웠겠어요?!
다행히 몸에 맞는 약을 찾아서 그 후로는 빨리 낫긴 했지만,
그 상처는 아직까지도 저를 속상하게 하고 있답니다..
아마 앞으로도 최소한 몇 달은 사라지지 않을텐데... ㅜㅜ

그렇게 힘겨운 투병생활을 하는 와중에도 차를 사러 계속 돌아다녀야 했어요...
인터넷은 물론이고 중고차 판매점도 매일 한번씩 둘러보구요.. 심지어 경매도 참가해봤죠..
아쉽게 경매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정말 재밌고 이색적이었어요...
나중에 기회되면 경매장 또 가보고 싶을 정도로...ㅋㅋ
원래 지금 타고 다니는 차처럼 배기량 큰 차를 사려는 계획은 아니었지만,
아쉽게도 원하는 소형차 물량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큰 차를 샀어요...
워낙 싼차라 진짜 X차라 해도 할말이 없을 정도인 차죠... ㅡㅡ;
그나마 백팩에서 만난 사람과 함께 농장으로 떠나기로 해서 그 사람 믿고 사서 두번째 농장으로 향합니다..

사실 운전면허 딸 때 운전해보고 처음인데다, 1종만 몰다가 2종을 몰려니 처음에는 두렵더군요...
완전 쌩초보에다 장롱면허인데.. 차사고 3일만에 고속도로 탔으니 보통 미친게 아니었죠... ㅎㅎ
그래도 이런거에는 제법 재능이 있는 편이라 며시간만에 어느 정도 적응은 했어요...
솔직히 호주 고속도로는 브리즈번 같이 큰 도로만 벗어나면 2~4차선이고...
직선이 많이서 뭐 그리 대단한 실력이 필요하지는 않긴합니다.. ㅋㅋ
어쨌든 그렇게 320km를 7시간 정도 걸려서 도착하게 됩니다..
낮에 출발했는데요... 당시에는 5시 40분 정도만 돼도 해가질 때여서 운전 3일만에 야간 운행을 하게됩니다..
그것도 시속 100km 이상으로 2차선 고속도로를 말이죠...
주변은 온통 숲이고, 9축이나 하는 화물차가 쌩쌩 달리며 위협을 해왔지만,
그게 오히려 더 스릴있어서 좋아라했던 기억이 나네요... ㅎㅎ
그렇게 가인다에 도착했어요...

흔히 갠다라고 많이 말하는데요, 호주 사람들은 가인다라고 해야 알아듣더라구요...
여하튼 우여곡절 끝에 도착은 했는데, 이미 캐러반팍(Caravan Park) 오피스는 문을 닫았더라구요,
차에서 잘까 하다가 오랫동안 달려왔고, 힘들기도 하고, 곧 돈도 벌거라는 희망감에 모텔에서 자기로 했어요..
하룻밤에 90불, 둘이서 나누니까 45불이네요.. 그 정도면 하루면 버니까 그 정도는 써도 된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4월 25일 Anzac Day라고, 간단히 우리나라 6.25처럼 호주와 뉴질랜드 군인들이 힘을 합쳐서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기념일 같은 거라는데요... 게다가 26일은 토요일, 27일은 일요일..
해서 가인다 지역 농장이 대부분 쉰다는 비보를 듣게 됐습니다..
물론 캐러반팍 방도 없을 뿐더러 전기를 쓸 수 있는 텐트존도 없기도 했구요...
그래서 쬐끔위로 올라가 먼다버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다행히 먼다버라에는 브리즈번에서 만난 친구가 있어서 그 곳 정보를 대충 알 수 있었어요...
도착해서 곧장 텐트를 치고 두번째 농장 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4일 동안 쉬고서 5일째 일을 시작했는데요... 대박이라고 말로만 듣던 만다린 피킹이죠...
그 때 까지는 뭘 잘 몰라서 만다린 피킹 일만 잡으면 무조건 대박인줄만 알았어요...
근데 이 일이 여간 짜증나는게 아니더라구요... 일정 사이즈 이상의 것만 따야하는데요...
그 정도 크기가 나오는게 몇 되지도 않고, 또 사다리까지 타야하니까 위에 꺼는 따기도 귀찮구요..
여차저차해서 찻날에는 110불, 11만원 정도 따긴 했어요...
하지만 둘째날부터 진짜 쪽박만 차게 됩니다..
그나마 위안이 되었던거는 만다리는 원하는 만큼 먹어도 된다는 거죠...
어차피 일을 잘 못하니 열심히 하나 일 안하고 따먹기만 하나 돈 차이는 별로 없더라구요.. ㅎㅎ
게다가 같이 일하는 사람이 너무 일도 못하고 제대로 안 하는거에요...
괜히 나만 고생하는 것도 짜증나고, 돈도 안 되고 완전 농장 드림은 산산히 부서져버렸죠...
차라리 차 사지 말고 시티잡을 했으면... 하는 부질없는 생각만 계속했어요...

그런던 때에 브리즈번에 있던 다른 친구가 바빠서 차량등록 스티커를 보내주기 어렵다는 연락을 해오고,
먼다버라에 같이 있던 친구는 에메랄드로 향하고... 일은 힘들어지고, 대박은 기미가 안 보이고..
그래서 결국 다시 지역을 옮기기로 결정을 하고 일단 브리즈번으로 향했습니다..
호주는 차량등록을 하고 2주 이내에 스티커를 주소지로 보내주고, 그 스티커를 반드시 붙여야해요..
스티커가 없는 경우에는 약 60불 정도의 벌금을 내게 되는데요... 등록후 2주 정도는 봐주죠..
그래서 브리즈번에 잠깐 들려서 스티커를 받았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대전까지 가서 우편물 수령한 셈이네요.. ㅎㅎ
먼다버라에서 낮에 출발했지만, 역시나 저녁에서야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말이 320km지, 실제로 달리면 거의 400km 이상되는 셈이라서..
120km으로 달려도 4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거든요..

그날따라 또 금요일이라 도시는 만원이고, 길 눈은 어둡고, 초보고,
옆에 있는 사람은 세상에서 내가 본 가장 어리버리한 사람이고... 정말 힘들고 짜증나는 하루였어요..
제 성격 좀 아는 사람이라면, 아마 어리버리한 사람과 내가 함께 생활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할 거에요... ㅋㅋ
그 답답이 덕분에 브리즈번에 도착하고도 한 시간 이상이나 도시에서 빙글빙글 돌아야 했으니... 윽~!!
그 사람을 본 친구녀석도 참 걱정스럽다며 위로아닌 위로를 해주더군요... 첫눈에도 어리버리 그 자체였으니..ㅎ

뭐 어쨌든, 원래 밤새 400km 정도는 달릴 생각이었어요...
그래서 친구와 인사만 나누고 곧장 다시 고속도로를 탔죠...
그런데 달리다 보니깐 도저히 안 되겠더라구요... 그래서 투움바라는 곳에서 또 하루를 머물게 됩니다...
작은 도시지만 그래도 제법 멋지고 품격이 느껴지는 도시였어요...
다음날 아침 7시에 투움바를 출발해서 에메랄드로 대장정에 나서게 됩니다..

말이 880km이지 실제로는 1000km 정도였던 것 같아요...
그 도로는 진짜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쫙 뻗어있는 도로였어요...
시속 140km로 달리는데 저 끝에서 보이는 불빛과 마주하려면 최소한 5분 이상은 걸렸던 것 같아요...
직선만 거의 70km이상 뻗어있는 도로이니 아마 상상이 안되실거에요...
그리고 그 도로 옆으로 밀밭이 쫙 뻗어있으니 진짜 어마어마하죠..
사진에서 보이는 로마(G)라는 도시까지는 전부 그런 농장이 늘어져있는 곳이에요...
사진에서도 거의 직선으로 도로가 연결되어있는데요...
실제로도 도시를 지나칠 때를 제외하고는 커브를 틀 일이 별로 없었어요...
있다고 해도 110이상 밟고 다녀도 전혀 쏠림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도로였으니 직선이나 마찬가지였죠.. ㅎㅎ
중간에 로마에서 잠깐 쉬고 또 출발을 했는데요... 이번에는 산악지대가 펼쳐지더군요...
800m 정도의 산을 오르는데, 계단식으로 도로를 만들어서 120km로 오르고 내려왔어요...
그렇게 두세 시간을 달려 그 지역을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내려오는 길에는 170을 넘게 밟아 보기도 했어요... 차 걱정만 아니었으면 그 속도로 달려도 무방할 도로였죠...

그런 지역은 진짜 자동차가 거의 안 다녀요.. 저를 추월한 차도 제가 추월할 차도 없는 정도죠..
신기한 건 그런 지역에도 작은 도시가 있고, 또 사람이 살고 있다는 거에요...
뭔가 농삿일과 관련된 일을 하겠지만, 정말 신기하더라구요...
아쉽게 너무 피곤해서 그런 지역을 지나칠 때마다 사진찍어두는 걸 깜빡했지 뭐에요... ㅡㅡ;

어쨌든 고물차 고생시켜가며 그렇게 하루만에 900km를 달려 에메랄드에 도착하게 됩니다..
토요일이었는데요... 친구가 다음날 곧장 일을 잡아준 덕분에 이번에도 모텔에서 첫날밤을 보내게 됐어요...
95불짜리 방이었는데요..
그 때는 돈도 별로 없고, 이미 실패를 두번이나 경험해서 이번에는 큰맘먹고 들어가야했죠... ㅋㅋ
그 비싼 방에서 고작 5시간 정도 자고서 또 일을 하러 나가야했어요...
그래도 하루 100불은 번다는 말을 듣고서 여차하면 하룻밤 더 잘 생각까지 하며 출근을 했더랬죠...
아니, 그런데 이건 또 웬 소린지, 원래 하던 일 말고 다른 일을 한다는 거에요..
포도나무 가지치기는 3단계를 거쳐요..
일단 커터로 가지를 자르고(컷팅), 잘린 가지를 빼고(풀링), 남은 가지를 다시 와이어에 감아주는(롤링) 거죠..
친구녀석이 했고, 또 내가 하기로 했던 일은 풀링이었어요...
그냥 단순하게 가지만 빼면 되니까 힘은 좀 들어도 할만하다고 했는데...
하필 그날부터 롤링으로 바뀐거에요... 풀링과 롤링이 컷팅을 따라가지 못하니까 속도 맞추기 위해서라구요..
하루 했는데 고작 40불 벌었어요... 물론 5시간 정도만 하기는 했지만, 도저히 계산이 나오지 않더군요..
게다가 도구가 없어서 그것도 컨츄렉터에게 샀는데, 그 가격만 40불이 훌쩍 넘는거에요..
그러니 더 해봐야 쪽박도 이런 쪽박이 없겠다 싶어서 하루하고 곧장 그만뒀죠...
다행히 하루쉬면서 다른 농장을 컨택했어요.. 일은 화요일부터 시작하고 3일동안만 일 하기로 했죠...
일단 그 돈으로 이동경비만 마련하자는 생각에 이번에는 풀링을 했어요..
역시나 돈은 안 됐지만, 그래도 롤링보다는 낫더라구요... 롤링은 좀 익숙해져야 잘 할 수 있는 일이라더군요...
풀링은 그냥 잡아 빼기만 하면 되니까, 그 동안 쌓인 스트레스 다 풀면서 일했어요...
그렇다고 엉킨 나무가지 잡아당기는 일이 녹녹치는 않았죠...
하여간 그렇게 에메랄드에서의 나머지를 차에서 자고, 친구 숙소에서 씻고 먹으며 보냈어요..
목요일에 200불 조금 더 되는 돈을 받고, 그날 저녁에 에메랄드를 떠서 지금 이곳 바운으로 향하게 됩니다..

흔히 보웬이라고 하는 바운은 퀸즐랜드에서 두번째로 야채를 많이 생산하는 도시라고 합니다.
특히 토마토와 피망으로 유명한 지역이죠... 너무 멀어서 전혀 생각도 안 했던 지역이었는데요..
첫 농장에서 만났던 사람들이 보웬에서 피망으로 재미 좀 봤다고, 올해도 피망따러 갈거라고 해서..
다들 좋긴하다고 해서 떠나오기로 마음 먹었어요...
돈은 1000불도 없었고, 일을 잡은 것도 아니고...
진짜 이곳에서도 안 되면 케언즈 가서 차 팔고 시티잡 할 작정으로 올라온거죠...

막상 와보니 진짜 막막하더라구요...
그 때 이곳에 먼저 도착한 사람들도 대부분 놀고 있었는데요..
그 사람들은 시즌이 시작하기 전까지 미리 자리잡고 있으려고 온 사람들이라 저와는 처자기 달랐죠...
또 금요일에 도착을 했으니 주말을 쉬고 월요일부터 일자리를 알아보러 다녔습니다..
어디든 일단 지역 인포메이션으로 향하는게 최고죠...
게다가 바운은 특별히 농장 일자리를 소개시켜주는 곳이 없어서 대부분 직접 컨택해야 했어요...
참, 어느 지역이든 백팩에서 일을 소개시켜주기는 합니다... 근데 저는 첫날 운 좋게 쉐어에 들어왔거든요..
주당 80불, 백팩이었으면 125불 정도는 했을텐데 많이 싼 방이죠...

여하튼 인포메이션에서 자료라고 딸랑 한장을 받고 이것저것 말을 들었는데요...
요는, 아침 일찍 농장을 돌면서 스스로 직접 컨택을 하고, 그 일을 성공할 때까지 계속한다... 이거였어요... ㅋㅋ
누가 모르지 않을 말을 친절하게 듣고서 곧장 다시 농장을 찾아 바운 곳곳을 돌고 돌았어요...
하루는 기름 값만 30불 어치를 쓰고서 한 농장을 두번씩 가기도 했구요...
그렇게 또 2주를 고생해야했죠...
그러던 찰라에 옆 방 분들이 일을 그만둔다는거에요...
잘 모르는 분들에게 소개시켜달라고 하기는 힘들고..
곧장 그 농장으로 향했어요...

근데 제가 간 곳은 농장이 아니라 쉐드라고.. 따온 열매를 포장하는 공장인데요... 그 곳에 간거에요...
물론 대부분 그런 쉐드에 이름을 적어놓고 호출이 오기를 기다리는게 일반적이기는 하죠..
그런데 그날은 꼭 매니저를 만나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농장위치를 알려달라고 했죠...
그렇게 또 10분을 달려 농장 입구에 도착했어요... 엄청 좁은 길이었는데요... 작은 샛강이 흐르는 곳이었어요..
그런 샛강을 영어로는 Creek이라고 해요... 충분히 갈 수 있을 것 같아서 뛰어들었는데.. 아차.. ㅡㅡ;
빠져버린거죠... ㅋㅋ
그래서 농장까지 걸어서 도움을 청했어요..
바로 코 앞이라 도움을 받는게 그리 어렵지는 않았죠..
곧장 빼주기는 했는데..
빼주는 사람 첫마디가 인사도 아니고, 4륜구동이 아니면 올 생각하지 말라며 퉁명스럽더군요...
어쨌든 빼기는 했는데...
길이 좁아서 그 차가 돌아갈 공간 마려해주려다 이번에는 또 모래에 빠졌어요..ㅋ
바로 보는 앞에서 또 빠지니까 이번에는 짜증을 좀 내더군요... ㅋㅋ
힘겹게 차를 돌리고 그 사람은 인사도 안 받고 가버렸죠...
휴~ 다시는 안가... 이 농장 우리랑 안 맞나 보다.. 했는데...
그래도 이 고생을 하며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갈 생각하니 것도 좀 아니다 싶더라구요...

그래서 차를 세워두고 걸어서 가기로 했죠...
농장에 들어서자 차를 빼준 사람을 만났어요...
역시나 짜증내며 "또 빠졌어?" 하더라구요..
그건 아니고 일자리 좀 알아보러 왔다고... 매니저를 만나고 싶은데 어디로 가야하냐고 물었죠...
그 사람 왈, 여기서 걸어서 3km인데 거기 가면 있을거야... ㅡㅡ;
제일 더운 때에, 물 한통 없이 3km를 갈 생각하니 아찔하긴 했지만, 그래봐야 3km이니 함 가보자 했죠..
그래서 힘겹게 걸어서 드디어 매니저를 만났습니다..
근데 일이 없다는 거에요.. ㅎㅎ
걸어왔다고 하니까 놀라더군요.. 미안하지만 지금 꽉찼고, 더 사람이 필요하지 않다고...
전화번호를 주면 일이 생길 때 알려주겠다구요...
그런데 그런 말은 어디서든 들을 수 있는 말이거든요...
그래서 말했죠... 사실은 우리가 며칠전부터 매일 전화했던 OO라고..
그러자 "아~!! 그게 너희야?... 가만있자... 그래! 그럼 월요일부터 출근해, 사실은 오늘 2명이 그만둬서 자리가 났어.. 그러니까 월요일부터 일 나오면 돼."
앗싸!! 최고였죠... 그 동안의 고생이 한꺼번에 보상받는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돌아가는 길은 농장차로 바려다 주기까지 했어요... 가벼운 마음으로 집으로 향하는데 어짜나 좋던지..ㅋ
이렇게 지금의 일을 시작하게 된겁니다..

그런데 토마토 따는 일이 보통일이 아니더군요..
허리를 굽히고 고개를 푹 숙이고 따야하니 허리는 물론이고 머리에 피가 쏠려서 머리도 아프고
땀은 또 비오듯 쏟아지고, 익숙하지 않으니 뭐가뭔지 잘 모르겠고.. 첫날에는 진짜 토나올 뻔했어요..
토마토가 토 나와서 토마토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니까요... ㅎㅎ
시즌 초반이라 딸 것도 없어서 돈도 형편이 없었죠... 그렇게 첫번째주 4일 동안 210불 벌었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일을 그만둘 생각도 많이 했어요.. 힘든 건 힘들건데.. 우리집 다른 농장 다니는 사람들은
같은 기간동안 500을 벌었으니 엄청 부러웠던 거죠...
근데 나 말고 우리농장의 다른 사람들은 별 불만이 없는 거에요..
나중에 알고보니 그 사람들도 하루 100이상은 다 벌어갔더군요... ㅡㅡ;
그리고 또 더 알고보니 우리 농장 사람들이 바운에서도 탑 픽커들이 가장 많은 농장이라고 하더라구요...
또 우리 농장이 이곳에서 제일 돈이 잘 되는 농장이라는 거에요...
그래서 인맥 아니면 들어올 수 없는 농장이었던거죠..
지금도 새로들어오는 사람들은 모두 인맥으로 들어와요...
저처럼 직접 뚫은 경우는 아직까지도 저 밖에 없네요... ㅋㅋ
뭐 그리고 요즘은 칭찬도 들어가며 제법 스피드를 내보기도 한답니다~ ㅋㅋ

어쨌든 이렇게 5개월을 지내왔습니다..
고생도 많이 했는데 여전히 통장 잔고는 제자리고, 남은 건 컴터 한대, 차 한대가 전부네요..
앞으로 또 어떤 삶이 펼쳐질지 모르겠지만, 친구들 말처럼 이제는 성공할 때가 된 것 같아요... ㅋㅋ
고생진짜 할만큼 한 것 같은데 말이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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